한화생명 여승주 사장 약속 믿는 노동자 없다

  • 작성자
    관리자
  • 날짜
    2020-12-30 10:09:40
  • 조회수
    107
[2020-115] 2020.12.30

한화생명 여승주 사장 약속 믿는 노동자 없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추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소속 기업별 노동조합이던 한화생명보험 노동조합이 지난 12월 2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사무금융노조 소속 지부로 조직형태를 변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화생명보험 사측의 영업조직 자회사 전환을 막아내기 위해, 한화생명보험 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한화생명 노동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노동조합에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한화생명보험지부의 김태갑 지부장입니다. 


Q. 오는 31일과 내년 1월 4일 파업을 결정하셨는데요. 기사나 보도자료에 나오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그리고 제판분리가 대체 무엇이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파업까지 계획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사측은 앞으로 한화생명에서는 보험 상품만 만들고, 판매 조직은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내보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것을 제판(제조-판매)분리라고 해요. 기존 회사에 100% 종속되는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것을 물적분할이라고 하고요. 그러니까 한화생명처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만드는 것은 물적분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적분할 바로 직후에는 사측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는 아무래도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저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겠죠. 법 제도 미비로 기존 단체협약이 신설되는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Q. 한화생명 여승주 사장은 이미 판매전문회사 설립의 핵심 목적은 영업이 더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면서 “구조조정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실제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나요?

A. 한화생명 사측은 인력 감축을 염두에 두고 그간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한화생명에는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의 잉여인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구조조정은 없다"는 회사의 입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은 한 명도 없어요. 자회사를 통한 물적분할 이후에는 추가적인 조직 개편이 진행되겠죠. 



Q. 한화생명보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5%의 찬성으로 쟁의가 가결되었는데요. 상당히 높은 찬성률입니다. 이건 제판분리가 추진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한화생명 노동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요?

A. 그렇죠. 우선 2만 명에 달하는 FP들은 전원 자회사로 즉각 이동될 겁니다. 그 외 영업과 관련한 조직 구성원들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고요. 

사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만든다는 것은, 회사 수익의 원천인 영업 조직을 분리하는 것이다 보니 영업 이외 다른 부분에서도 순차적으로 아웃소싱이 추진될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어요. 여승주 사장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화생명 사측은 이미 5년 전 고객센터 분사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고객센터 아웃소싱 가능성도 있는 것이고요.

게다가 이미 한화생명 건강검진센터도 오는 2월까지만 운영하는 것이 확정됐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이건 단순히 영업 관련 직원들만의 일이 아닌, 한화생명 전체 직원들 모두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결정인 것이죠. 
 

Q. 노동자 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에게 보험사 제판분리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사측은 제판분리가 되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다양한 회사 상품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잖아요.

A.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모든 설계사들이 고객 입장에 서서 설계를 진행하면 선택폭은 넓어질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달라요. 실제로는 수당이 많은 상품들 위주로 판매가 이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단순히 제판분리가 된다고 금융소비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거에요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회사는 물적분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인 거죠.


Q. 보험업계의 제판분리 이유는 단순 비용절감의 이유 외에도 내년도 2021년부터 시행되는 ‘1200%룰’(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시 이에 따른 첫해 수수료가 1200%를 넘지 않게 하는 규제)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1200%룰은 보험사 전속설계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자회사형 GA를 설립해야 설계사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인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한화생명같은 대형사가 1200%룰을 피하기 위해 꼼수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추진하고 있는 이 상황을, 금융감독기관이 계속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기관이 그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죠. 당연히 정책을 수정하고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봅니다. 한화생명은 비용 절감이라는 진짜 목적을 가리기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 설계사 이탈 방지 등을 앞세우고 있을 뿐이에요.


Q. 이번 파업은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하셨는데요. 온라인 파업이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하게 들립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릴게요.

A. 코로나19 때문에 현재 한화생명 직원의 절반가량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상향된 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한 장소에 모두 모여 집회를 진행하기는 어렵겠죠.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한화생명보험지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들과 온라인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현장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참가자만 2,500명이 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파업 출정식, 결의대회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온라인이라고 해도 행사를 보여주기만 하는 스트리밍 방식이 아닌 화상회의 방식이라, 조합원과 쌍방향 소통도 가능한 구조이고요.  


Q. 혹시 조합원의 파업 불참을 유도하기 위해 사측이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지는 않나요? 

A. 네. 한화생명 사측은 파업을 정말 극렬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우선 파업 인원을 사전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고요.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계속적으로 직원들을 면담하며 압박하고 있어요. 심지어 원거리 발령, 보직 해임 등의 협박도 서슴없이 하고 있고요. 

하지만 저희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권과 직결된 투쟁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Q. 최근 임시대대를 통해 조합원 85.2% 찬성으로 산별전환을 가결시키셨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조합원들에게 산별전환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산별전환 과정에서도 사측의 방해가 정말 심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자회사 설립 문제가 보험업계 공동의 문제이고, 다 같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노력했어요.

또 앞에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자회사로 분사될 경우, 분할 전 회사와 맺었던 단체협약의 신설회사 적용은 보장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의 단체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산별의 구성원이 되어 함께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Q. 산별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써 앞으로의 포부, 기대 등을 말씀해 주세요.

A. 우리 사업장 내 이슈 투쟁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노동 의제에 선제적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배나은. 사진/최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