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이면에 있는 "차별"을 볼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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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날짜
    2020-12-28 1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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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2020-114] 2020.12.28



성희롱 이면에 있는 "차별"을 볼 수 있어야
사무금융 김필모 교육위원장 성평등 의무교육 인터뷰

사무금융노조-연맹은 지난 10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총 5회에 걸쳐 "2020년 성평등 의무교육"을 실시했습니다. 각 회차별 교육은 <노조 간부를 위한 성폭력 사건 대응법>과 <사례로 살펴보는 피해자다움과 2차가해> 2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사실 사무금융노조는 교육국 주관 사업에 여성국이 지원하는 형태로, 매년 하반기 성평등 교육을 진행해 왔었습니다. 다만 올해처럼 의무교육은 아니었고, 하루의 종일 교육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올해부터는 이 교육이 의무교육이 되었을까요? 김필모 교육위원장에게 직접 이번 성평등 교육의 의미와 취지를 들어보았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사무금융노조의 수석부위원장이자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필모입니다.

Q.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은 고평법에 따라 각 사업장에서 이미 연 1회 이상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기존 노조의 하반기 성평등 교육을 굳이 "의무 교육"의 형태로 바꿔 추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장 성희롱 예방교육은 대부분 온라인 강의의 형태로 진행되잖아요. 그러니 진도만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운영되기 쉽죠. 게다가 내용상으로도 행정적인 내용, 표준화된 법적 절차 정도를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요.

하지만 저는 노조 간부라면, 그런 기본 절차뿐 아니라 성희롱의 이면에 있는 "차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사실 직장 내에서 표면화되지 않는 숨겨진 차별의 문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거든요. 또 노조 간부이기에 더 알아야 하는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도 좀 더 숙지해야 한다고 보고요. 성평등 개념을 다시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죠.

Q. 교육 안내 공문을 보면 의무 이수 대상으로 "지부 및 단위노조 대표자, 노조연맹 임원 사무처"를 명시해 두었더라구요. 조직 구성원 중 대표자, 임원이 이 교육을 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대표자의 인식 변화가 조직의 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대표자가 수강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고요. 그게 어렵다면 그래도 사업장에서 한 명은 와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해 온 것에 비해 인권 의식은 아직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니 노조의 내부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교육도 필요한 것이고요.

Q. 의무교육이고, 같은 강의를 5회에 걸쳐 진행했음에도 아직 교육 이수율은 높지 않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A. 우선 코로나19 상황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요건이 있었다고 봅니다. 전체 조직 대표자들이 모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려면 200명 이상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을 구성해야 하는데요. 실제로는 방역 문제 등을 이유로 한 회차에 30명 이하 인원이 수강하도록 조정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수강 대상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설득하지 못한 저와 교육 운영 실무자들의 책임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꼭 성평등 교육 뿐 아니라, 어떤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미수료자에 대한 페널티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나요?

A. 우선 우리 노조의 규약에는 의무교육에 관련한 내용이 이미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의무교육들이 제대로 집행되려면 미수료자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을 경우 각종 회의체의 성원이 될 수 없게 한다거나,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겠죠. 물론 이런 조치는 조직 전반적으로 좀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 도입해볼 수 있을 것이고요.

Q.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성평등 교육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A. 성평등 관점, 기본적인 이론 교육도 물론 필요합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성희롱 사건을 모범적으로 처리한 실제 사례"를 공유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각 절차별로 어떤 대응이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요.

이번 교육은 애초 계획보다 교육 구성이 축소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런 부분이 차후 더 보강된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죠. 차기 교육에서 좀 더 의미 있는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조직 내에서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노조 간부로 활동해오시면서 경험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A. 노조 내에 성평등이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성별을 떠나서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다소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죠.
이건 그간 성장하면서 받아온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그 교육과정은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장착한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기반으로 구성되었을 테고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을수록, 예전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았을수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낯설고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죠. 이건 세대 간 갈등으로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물론 이 와중 보수 언론은 경제적 수혜에서 소외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적 약자" 혹은 "결실을 독점한 과거 민주화 세대" 등이 문제의 원인인 양 말하고 있고, 이런 언론의 논조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세대, 나이와 무관하게 낮은 인권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요. 다른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 이야기하는 그 내용보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그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해 노조 내에 보다 공식적인, 정식화된 토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을 확인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가 이 주제에 대해 더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우리 조직에서는 한 번도 성희롱 사건이 없었다", "이제는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의무교육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지금까지 직장내 성희롱 사건이 없었다는 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사건은 있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고 하면서 성희롱 사건 자체가 줄어든 경향도 있기는 할 거예요. 하지만 설령 정말 아직 사건이 없었다고 해도, "첫 번째 사건이 조만간 발생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노조 간부라면 사건 발생 이전에 대처법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받아 둘 필요가 있죠.

게다가 성평등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소속 조직 내 성희롱 사건 처리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다양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내가 어떤 관점으로 그 사건을 바라볼 것인지. 그 관점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Q. 교육 이외에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많은 불평등을 경험한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주체인 여성들이 더 강력하게 조직될 필요가 있고, 더 치열하게 쟁점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조직 대표자,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 등 중요한 직위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 남성 간부들도 직위상 지부장인지 부지부장인지 차이가 있을지언정, 실제로는 모두가 동일한 의사결정의 주체라고 생각하고 여성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요.

Q. 성평등 교육을 이수하신 분들, 그리고 아직 이수하지 못하신 분들께 한마디씩 남겨주세요.

교육을 이수해 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육받은 내용을 현장에서 많이 활용해주시고, 또 널리 전파도 해 주셨으면 하고요.

아직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분들께는, 내년에 더 보강된 교육을 진행할 테니 꼭 많이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들 드리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노조는 학습, 토론, 조직화, 투쟁을 통해 건강해지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평등 교육뿐 아니라 이후 진행될 각종 교육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기사 및 웹자보/배나은 사진/최정환]